그 다음 행선지는 개선문이다. 평양의 개선문은 파리의 개선문보다 10m가 높다고 자랑하고 있다. 개선문의 지붕 위 테라스로 올라가서 아래를 보니 동쪽에는 평양에서 제일 먼저 건설되었다는 김일성 경기장이 보였다.
북쪽에 있는 개선청년공원 앞의 엄청나게 큰 광장에는 사람들이 빼곡이 가지런한 줄을 서서 체조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안내 강사에게 물어보니 9.9절 행사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한다. 평양과 지방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3개월 이상을 준비하는 것을 보니 완벽한 군중춤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지난번까지는 아리랑이 공연되었는데 이번에는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질 것이라고 한다.
평양은 시가지 곳곳에 공원들이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고 대형 건물 앞이나 대로 옆의 대형석조들도 심심치 않게 배치되어 도시가 잘 정비된 듯 보인다. 이번에 방문한 주체사상탑은 불꽃까지 합해 170m나 되는 화강암 석탑이다. 우리는 150m 위에 있는 테라스에서 평양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동평양의 살림집 고층건물들이 은근한 파스텔 색상인데 건물 외장을 페인트로 조화를 이룬것 같았다.
평양에서 개성으로 가는 고속도로의 초입은 통일의 거리를 거쳐 3대헌장기념탑거리로 들어가면 우아한 아치형문으로 한복을 입은 두 여성이 팔을 올려 동그란 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남과 북을 상징하는 한복을 입은 두 여성은 평화, 통일, 민족 대단결을 뜻하는 3대헌장의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원형 디스크를 들고 있는 석상이다. 돌 하나의 무게가 60kg가 넘고 2,560개로 구성된 한복을 입은 두 여성은 남과 북의 쌍동이 여성으로 어느 쪽이 북인지 남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통일의 염원은 우리가 남에 살던 북에 살던 해외에 살던 이렇게 영원히 변치않는 석비에 새겨놓고 있다. 우리가 한겨레로 뭉치면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과연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하는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서로 다른 체재 아래 적대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과연 어떤 답이 나올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