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오전 강의를 듣고 나오자 몇 달 전 '신입 빠따' 100대를 쳤던 과장이 학원 입구에서 저를 기다리다 두 남자에게 소개하더군요.
그들은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저에게 따라오라더니 파고다공원 옆에 붙어있는 파출소로 데려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가 간단하게 조사 받은 뒤 폭행죄로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지요. 하루이틀 이따 풀려날 줄 알았는데 2주 동안 쳐박혀 있다가 서대문형무소로 옮겨졌습니다. 머리를 빡빡 깎이고 파란 죄수복을 입어야 했습니다. 주먹 한 방으로 폭행범이 되어 '콩밥'까지 먹게 된 것이죠.
제가 호적으로 1955년 8월생인데 그 때가 1975년 7월이었으니 1달 차이로 만 20세가 되지 않아 소년방에 갇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성인방에 가면 이른바 '입방 신고식'이 엄청 세다는데 저는 초범이라도 '최고령 소년수'였기에 나이 어린 깜빵 선배들로부터 전혀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거든요.
며칠 뒤 양손을 포승줄에 묶인 채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덕수궁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때는 검찰청이 시청 근처에 있었나 봅니다.
고궁 안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을 보며 철창에 갇힌 신세라는 것을 실감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