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여름 어느날 저녁 안내조장으로 학원 입구를 지킬 때였습니다. 서너명의 고등학생들 가운데 한 학생이 수강증을 보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를 불러 수강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없다고 하더군요. 아직 등록을 하지 않았으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지 그냥 들어가면 되겠느냐고 했더니 강의를 먼저 들어보고 수강증을 끊겠다는 겁니다.
미리 그렇게 얘기하면 강의를 듣지 못하게 하겠느냐면서 무례를 지적하자 그까짓 수강증 하나 없는 걸 갖고 너무 딱딱거린다며 투덜거리더군요. 제 성질이 급하고 더러운 편이라 참지 못하고 바로 욕설과 반말을 던졌지요.
"야, 이 새끼야! 수강증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미리 얘기하느냐 안하느냐가 문제란 말이야. 내가 임마 여기 지키고 서있는 이유가 뭐겠어?"
이 녀석이 가방을 친구들에게 맡기고 저에게 다가오더니 말 다했느냐며 붙잡으려고 하더군요. 고등학생이지만 어깨가 떡 벌어진데다 몸집이 저보다 훨씬 커서 은근히 겁이 나기에 붙잡히기 전에 잽싸게 '선방'을 날렸습니다.
이 녀석이 푹 쓰러지며 어찌나 큰소리로 울부짖는지 수업하던 강사들이 뛰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학원을 나갔던 녀석이 한 시간 쯤 지나 다시 들어왔습니다.
귀청 (고막)이 나간 것 같으니 함께 병원에 가자는 것이었지요. 엄살 부리지마라며 오히려 호통을 쳐서 보냈는데 다음날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