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하루 3-4시간 정도 출입구를 지키며 수강증을 검사하는 '기도'고, 다른 하나는 특정 강사나 교실을 맡아 수업준비를 해놓는 '칠판닦이'였지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들어왔다면, 저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 생활까지 하다 '기도'로 탈바꿈한 터여서 나이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고령 탓에 3-4개월 뒤 '안내조장'으로 승진했습니다. 하루 1-2시간만 수강증을 검사하면 원하는 강좌를 얼마든지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안내조장이 되어 폼을 잔뜩 잡고 수강증을 검사할 때였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수강생 하나가 제 말과 태도가 좀 건방지다면서 시비를 걸더군요. 서로 언성을 높이고 욕설도 주고받다 밖에 나가 한판 붙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학원 근처에서 붙으면 제 동료들이 달려들지 모르니까 멀리 나가자기에 좋다고 했습니다. 인적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둘이 마주섰습니다. 은근히 떨리기도 했지만 합기도와 킥복싱 실력을 발휘해 기선을 제압했지요.
넘어진 녀석에게 비겁하게 공격하지 않겠다며 일어서라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일어서자마자 저를 붙잡고는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60kg 안팎의 가냘픈 몸매라서 상대방에게 붙잡히면 끝장이거든요.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무수한 손톱자국은 다행히 머지않아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