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1년쯤 하고 나니 싫증이 났습니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아 상업고등학교를 거쳐 취직을 했지만, 제가 돈을 벌지 않는다고 당장 굶어죽을 처지는 아니어서 미련 없이 사표를 썼지요.
몸뚱이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가출'을 했습니다.
홀로 한 달 동안 전라도-제주도-경상도 산속이나 바닷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종로 2가에 있던 한 대학입시 학원을 찾아가 칠판닦이를 시켜도 좋고 변소 청소를 시켜도 좋으니 공부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30대로 보이는 과장이라는 사람이 저녁에 오라고 하더군요. 이름, 나이, 주소 등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물어본 뒤 학원에서 일하려면 '신입 빠따'를 맞아야 한다기에 좋다고 했습니다.
바로 엎드려 뻗치라고 하더니 커다란 몽둥이를 집어 들고 겁을 잔뜩 주더군요. "100대를 때리는데 도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비틀면 전에 맞은 것은 무효가 돼서 다시 100대를 시작한다.
알겠나?"
한겨울에 내복을 입지 않은 터여서 엉덩이가 찢어지는 듯했지만, 얼마 전까지 합기도와 킥복싱을 하면서 맷집을 키운 탓이었는지 잘 버텼습니다.
다음날부터 학원 출입구를 지키며 수강증을 검사하는 이른바 '기도'로 일하면서 영어든 수학이든 매일 서너 강좌씩 들을 수 있게 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