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호랑이 같던 작은형의 간섭과 통제 때문에 공부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 제가 직장인이 된데다 형이 해외 생활을 하게 되어 활동의 자유를 크게 누리게 되었던 거지요.
먼저 합기도를 조금 익혀봤는데 한편으로는 급소를 배워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싱겁기도 하더군요.
몇 달 배우다 집 근처에 있는 킥복싱 도장을 기웃거려 보았는데, 아주 '남성적'이고 과격해서 그야말로 격투기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주저 없이 등록했습니다.
두어 달쯤 지난 뒤 도장 안에서 첫 시합을 벌였는데, 1라운드 시작하자마자 제가 한 방 날린 게 상대방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혔던 모양입니다. 저보다 큰 녀석이 맥없이 푹 쓰러져 버리더라고요.
1분도 되지 않아 이른바 ‘KO 펀치’를 적중시킨 셈이지요. 겉으로는 미안하고 당황하는 체하면서도 속으로는 내 주먹이 그렇게 센가 싶어 얼마나 통쾌했던지 펄펄 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