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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벼룩시장 장사꾼이 되다 |
글쓴이 :
날짜 : 10-06-14 16:26
조회 : 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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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서 두 학기를 보내고 1985년 여름방학을 맞아 뉴욕을 방문하여 형 집에 머물며 맨해튼의 한인동포 가게에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와 뉴욕 근교의 벼룩시장 (flea market)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고물을 사고팔기 때문에 '벼룩 (flea)'이 나온다고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지만, 대부분 중고품이 아닌 새 상품을 값싸게 팔고 있어서 '싸구려시장'이라는 이름이 더 적절하겠더군요.
거기서 귀걸이를 비롯한 액세서리를 파는 유학생으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귀걸이를 1달러에 사다가 3달러에 파는데 하루 매상이 300달러 정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릿세와 휘발유값 등을 빼더라도 하루에 적어도 1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그 무렵 일하던 기숙사식당이나 한인동포 가게에서는 시간 당 4달러 안팎을 받았지만, 벼룩시장에서는 시간 당 최소한 10달러 이상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학 동안 거의 매일 한인동포 가게에서 일하느라 꽤 많은 돈을 벌어, 개학을 앞두고 텍사스로 날아가 10년쯤 된 자동차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욕에서 귀걸이 무역을 하던 친구로부터 100달러 정도의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와 벼룩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장사 첫주부터 대박을 터뜨렸지요. 원가 50센트의 귀걸이를 3달러에 팔면서 거의 매진을 기록했으니까요.
장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취급하는 품목도 늘었습니다. 시계, 선글라스, 장난감 등도 팔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원가 1-2달러 짜리 물건을 3-5달러에 파는 게 시시해져서 제법 고가의 물건도 다루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게 '롤렉스' 시계와 '루이비통' 가방이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또는 홍콩 등에서 수입되는 가짜 명품들이었지요. 유학생이 장사하는 자체가 불법인데다 가짜 명품을 파는 것은 중벌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돈버는 재미에 푹 빠져 나중엔 중간도매상 노릇까지 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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