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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눈에 묻힌 버팔로 |
글쓴이 :
날짜 : 10-05-04 11:22
조회 :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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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월 뉴욕주립대학 버팔로 캠퍼스는 눈에 묻혀 있었습니다. 버팔로는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5대호 근처 도시로 몹시 추운 곳이었지요. 근처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4월까지 얼어붙어 있어 5월이 되어야 구경할 수 있을 정도라더군요. 뉴욕주립대학 가운데서는 가장 큰 대학인데 무척이나 넓은 캠퍼스의 모든 건물들이 2층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특이했습니다.
겨울에 캠퍼스가 눈에 묻히더라도 어느 건물이든 2층을 통해 오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지요.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서 스키를 타고 노는 것도 재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눈에 대해 책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눈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아프리카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버팔로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 가운데는 세네갈, 말리,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출신들이 많았는데, 저는 세네갈에서 온 친구와 특히 가까이 지내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와 무슨 얘기 끝에 우리가 흔히 쓰는 '5대양 6대주'라는 말을 들먹였다가 대륙이 왜 여섯이냐는 물음을 받았습니다.
'야, 그것도 모르냐'는 생각으로 친절하게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라고 꼽아주었더니, 이 친구는 아메리카를 왜 남북으로 구별하느냐며 세계는 5대륙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아메리카대륙은 하나인데, 미국이 자기네와는 모든 면에서 너무 다른 남쪽 나라들과 구별하기 위해 이 대륙을 둘로 나눈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요.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싸하더군요. 첫째, 북쪽의 캐나다와 미국 사람들은 피부가 흰색인데 남쪽 나라 사람들은 갈색입니다. 둘째, 북쪽에서는 영어를 국어로 쓰는데 남쪽에서는 스페인어나 포르투칼어를 국어로 쓰지요. 셋째, 북쪽 사람들은 주로 개신교를 믿지만 남쪽 사람들은 주로 천주교를 믿습니다. 넷째, 북쪽 나라들은 잘사는 선진국들이지만 남쪽 나라들은 발전도상국 또는 후진국들이고요.
이렇게 여러모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국이 아메리카대륙을 남북으로 구별해 놓은 것인데, 미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인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대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식으로 아메리카대륙을 하나로 보는 게 아닐까요?
* 이 글은 [이재봉의 평화세상] (blog.daum.net/pbpm21)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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