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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에서 비폭력주의자로(25) |
글쓴이 :
날짜 : 09-11-06 15:20
조회 : 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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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미국의 대학에 대해 잠깐 말했는데 미국에서의 ‘학교 폭력’에 관한 얘기 한 토막입니다.
미국에서는 대개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의 학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작은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겪었던 일이지요. 아들은 죠지아주 애틀랜타 근교의 공립학교에 다녔는데 대학에서처럼 학생들이 과목마다 강의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하더군요.
어느 수업에 1학년 학생과 4학년 학생이 함께 섞여 있었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중3과 고3이 같은 수업을 받은 것이지요. 수업 중 1학년생이 선생님이 칠판에 글을 쓰는 동안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등 많이 까불었답니다. 이에 4학년생이 수업 분위기 해치지마라며 점잖게 타일렀지만 1학년생의 장난은 그치지 않더랍니다.
수업이 끝난 뒤 4학년생이 자기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고 1학년생이 타는 버스에 올랐다가 그를 따라 내려서는 시비를 걸었답니다. 1학년생이 “니가 뭔데 그러느냐”는 식으로 대들자 싸움이 붙었고요.
그 학교에서는 고1이든 고4든 매일 오후 3시경에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학교버스로 학생들을 집집마다 태워다주는 시간이 일정한데, 1학년생 부모가 시간이 지나도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밖을 내다보니 다른 아이와 싸우면서 맞고 있더라는 거에요. 주저 없이 경찰에 신고했고, 4학년생은 다음날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답니다. ‘우발적’으로 싸우다 때린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1학년생을 집에까지 따라가 ‘고의적’으로 때렸다는 이유로요.
글쎄요, 우리 정서로는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하급생에게 점잖게 타일러서 안 되니 맨주먹으로 두어 대 때린 상급생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지라도 퇴학을 시키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요?
여러명의 학생들이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한 학생을 불러 ‘몽둥이찜질’을 해도 학교에서 쉬쉬하며 그냥 넘기려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학교 폭력’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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