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술을 즐겨 마시는데 밖에서보다는 집안에서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 고기나 생선 종류의 반찬이 있으면 술 한 잔 가볍게 하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큰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술 냄새조차 맡으려하지 않은 반면 작은아들은 옆에서 맥주 한 모금씩 마셔보고 싶어 하더군요.
큰아들이 고3 작은아들이 고2 때인 어느 여름날 두 아들에게 주말에 무슨 중요한 계획이 없으면 금요일 밤에 술 좀 같이 마시자고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터라 아이들에게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내는 미성년자들에게 무슨 ‘음주 교육’이 필요하냐고 펄펄 뛰며 반대했지만, 아이들은 좋다고 했습니다.
아내에게 먼저 잠자리에 들라고 해놓고 세 남자가 맥주 한 상자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 지냈던 얘기 등을 들려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이 얘기 저 얘기 물어보기도 하며 술자리를 즐기는데 큰아이는 맥주 4캔을 작은아이는 맥주 3캔을 비우고 난 뒤 머리가 이상해진다고 하더군요. 그게 바로 술을 더 이상 마시지말라는 신호라고 얘기해주면서 즉시 술판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대충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술은 말야 기분 좋을 때 마셔야지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날 때는 절대 마시는 게 아니야. 그럴 때 마시면 추태를 부리거나 사고를 저지르기 쉽거든. 그리고 기분 좋을 때도 머리가 어지러워진다든지 속이 거북해지면 즉시 멈추어야 해. 몸이 비틀어지거나 혀가 꼬부라질 때까지 마시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 만약 술이 취한 것 같으면 조용히 잠자리에 들어야 되고. 그게 건강엔 좋지 않다고 하지만, 추태를 부리거나 정신을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니?”
몇 달 뒤 큰아들이 수능시험 (SAT)을 며칠 앞두고 두 번째 술자리를 갖고 싶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나는 날 친구들끼리 술을 마실 것 같은데 친구들과 마시기 전에 아빠와 한 번 더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지난 여름 아이들에게 ‘음주 교육’을 잘 시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