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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돈방석에 앉아 공부하다 |
글쓴이 :
날짜 : 10-09-09 16:06
조회 :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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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자리를 잡자마자 다시 벼룩시장 장사를 준비하는데 아내가 극구 말렸습니다. 자신이 돈벌이를 할테니 공부에 전념하라는 것이었지요.
다행히 아내가 곧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이웃집 아이 둘까지 맡아 보게 되었거든요. 참고로 아내의 아이돌보기 (babysitting)는 제가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할 때까지 3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저도 곧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공부와 관련된 고상한 일로 돈벌이를 시작했지요.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국어 방송국에서 미국의 NBC 영어뉴스를 한국어로 방송할 수 있도록 번역을 해주었는데 수입이 짭짤했습니다.
나중엔 한글 주간지에 미국의 정치에 관한 칼럼을 매주 싣게 되었는데 원고료도 빵빵했습니다. 공부에 몰두했더니 성적이 좋아 1년 뒤부터는 수업료를 면제 받았고, 연구 조교를 하면서 월급도 받았고요. 그리고 논문과 관련해 거액의 장학금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아 공부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와이는 섬이자 관광지라 물가가 엄청 비쌌지만, 장사꾼이 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하면서도 네 식구가 잘 먹고 잘 잘 수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공부한다는 자체가 그렇게 기쁠 수 없었습니다. 공부가 그토록 재미있다는 사실을 그 때야 깨달았습니다. 도시락을 두 개씩 싸들고 학교에 다녔더니 아내가 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해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내가 몸서리를 칠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딱 3년 만에 전 과목 A학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는 최저 학점으로 최장 기간이 걸렸다면, 박사는 최고 학점으로 최단 기간에 끝낸 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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