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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첫 학기 C학점
  글쓴이 :      날짜 : 10-06-14 16:25     조회 : 3608    
기숙사식당에서 매일 서너 시간씩 접시를 닦으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세 과목만 신청했는데도 숙제가 어찌나 많은지 일주일에 2-3일은 밤을 지새웠지요. 그런데 한 과목에서 C학점을 받고 말았습니다.

젊은 여자 교수를 중심으로 6명의 학생이 둘러앉아 세 시간 동안 토론을 벌이는 과목이었는데, 제가 토론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리 책을 열심히 읽고 수업에 들어가더라도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의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해 논쟁을 벌이기 어려웠거든요.

미국 대학원에서 C학점은 낙제점으로, 두 번 넘게 C를 받으면 자동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꽤 긴장되더군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좀 건방진 얘기지만 한국에서는 영어를 엄청 잘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앞에서 말했듯, 상고를 다녔어도 2학년 때부터 '국민교육헌장'을 영어로 외우며 영어웅변을 했고 대학 다닐 때는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겠다는 욕심을 부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틀에 한 번꼴로 밤을 밝혀 책을 읽으면서도 토론을 제대로 못해 낙제점을 받았으니 미칠 노릇이었지요.

다행히 1년 정도 지나고 나서는 아프리카든 라틴아메리카든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의 발음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곧 강의조교 (Teaching Assistant)가 되어 학부생들에게 '미국정치' 과목을 강의하면서 장학금도 받게 되었고요.


* 이 글은 [이재봉의 평화세상] (blog.daum.net/pbpm21)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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