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뉴스를 보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군요. 대체로 긍정적 평가와 함께 기대가 꽤 큰 것 같습니다.
남한 땅을 벗어나면 일간지 ≪로동신문≫뿐만 아니라 주간지 ≪통일신보≫,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등 평양의 다양한 언론매체에 바로 접속할 수 있기에 ≪로동신문≫ 1월 1일자 1면에 실린 <신년사> 전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참고로, 노무현 정부 때인 10년 전까지는 남한 땅에서도 누구든 인터넷으로 ≪로동신문≫을 읽을 수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차단했는데 이젠 다시 열려야겠지요.
<신년사>에서 크게 세 대목을 직접 인용하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합니다.”
앞에서 ‘핵무력 완성’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뒤에서 핵무기와 미사일의 ‘대량생산’을 밝힌 것엔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과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을 그만두면, 북한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이유가 없어질 테니 이른바 ‘쌍중단’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말이죠.
둘째, “북과 남 사이의 접촉과 래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여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래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입니다.”
이 대목은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접촉과 래왕, 협력과 교류”가 “폭넓게 실현”된다면 그 자체가 ‘실질적 통일’이요 제가 주장해온 ‘21세기 통일’ 아니겠어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평양, 개성, 금강산 등에 10여 차례 다녀왔던 제 발길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꽁꽁 묶였었는데 새해를 맞아 머지않아 다시 풀릴 것 같군요. ‘한반도 평화’를 앞세우고 유라시아 대륙 16,000km를 뛰어서 횡단하겠다며 작년 9월부터 매일 40km 안팎을 달리고 있는 ‘60대 청년’ 강명구 선생과 함께 올 가을 북한을 종단해 남한으로 돌아오는 꿈도 이루어질 수 있겠고요.
셋째,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피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당국’ 접촉이 확대되고 ‘민족’ 화해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정치 군사적으로 꽉 막힌 정국도 문화나 스포츠 교류를 통하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바로 이어지는 “의의 깊은 올해에 북과 남에서 모든 일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는 덕담엔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말로 국내외 모든 동포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새해인사”지요.
그러나 북한은 무슨 제안을 하든 위협을 하든 대개 ‘조건’을 내겁니다. 남한에서는 그 조건을 무시하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고요. 북한이 남한과 접촉하고 왕래하며,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등의 제안이나 약속은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과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이 중단되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미국의 방해와 남한 극우수구의 딴죽을 경계하며 막아내야 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