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이 닦는 걸 참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제 학생 너덧 명이 집으로 찾아와 술판을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자기들도 조금 더 놀다 자도 되느냐고 묻더군요. 늦어도 10시 안에 자는 게 방침이었는데 손님들 덕분에 조금 더 놀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조금 이따 잠자리에 들기 전엔 손님들을 핑계 삼아 양치질을 생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모양입니다.
"아빠, 오늘만 이 안 닦고 자면 안돼요?"
"왜 이를 안 닦아?"
"그냥 오늘은 닦기 싫어요."
"이는 닦기 싫어도 닦아야지. 안 닦으면 썩기 쉬워."
"하루 안 닦는다고 썩어요?"
"오늘 닦기 싫으면 내일은 닦기 좋겠니? 하루 안 닦으면 계속 안 닦게 되고 그러면 충치가 생기는 거지."
"충치 생기면 금니 하면 되잖아요?"
"금니 하면 보기도 싫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 그게 좋겠어?
"돈 많이 벌면 되지요."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멋있고 보람 있는 일에 쓰는 게 더 좋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금니를 해야 된다면 모르지만 이를 잘 닦으면 건강도 지킬 수 있고 돈도 아낄 수 있는데, 이 닦는 게 싫어서 충치 생기게 하고 금니 하는 게 뭐가 좋을까? 그러니까 싫어도 닦자."
아이가 알았다며 화장실로 들어가자 부자간의 대화를 지켜보던 한 학생이 그러더군요.
"교수님, 참 대단하십니다. 저 같으면 벌써 한 대 쥐어 박았을텐데."
제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쟤한테 '이놈 새끼, 아빠가 닦으라면 닦아야지' 하며 한 대 쥐어박으면 즉각 화장실로 들어갔겠지. 그 대신 앞으로 아빠가 없을 때 이를 닦고 싶지 않다면 안 닦을테고. 아이가 이를 닦도록 설득하는데 몇 분이 걸린 대신 앞으로는 자기 스스로 이를 닦게 되지 않을까? 그게 폭력과 비폭력의 차이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