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8월, 10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스물아홉 노총각으로 떠났다가 두 아이가 딸린 마흔 살의 아빠로 변해 돌아왔지요.
저는 시간강사가 되고, 아내는 영어 과외 선생이 되어 남편 대신 돈을 벌었으며, 큰아들은 여섯 살로 유치원에 들어가고, 작은아들은 온종일 집에서 놀았습니다.
그런데 두 아들에게 장난감을 마련해주는 게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놀 때는 다양한 운동기구들을 즐겼는데 이웃의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하면서 '폭력적 장난감'을 원하기 시작한 겁니다. 대강 다음과 같은 대화가 여러 차례 나누어졌습니다.
"아빠, 저 총 사줘요."
"그건 안 돼."
"왜 안 돼요?"
"총이나 칼은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하니까.""저건 진짜 총이 아니라 장난감 총이잖아요."
"장난감으로라도 쏘거나 찌르는 버릇이 붙으면 나중에 진짜 총이나 칼 가지고 사람 다치게 하기 쉽지."
"다른 애들은 다 가지고 노는데 왜 우리만 안돼요?"
"다른 애들이 나쁜 짓 한다고 너희들도 나쁜 짓 할래? 그리고 다른 아빠들은 애들 막 때려도 아빠는 너희들 절대 안 때리는데 그럼 아빠도 다른 아빠들처럼 너희들 때릴까?"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장난감 가게에서 총과 칼을 비롯한 '폭력적 장난감'을 빼곤 사줄만한 것을 찾기 어려워지더군요. 결국엔 아이들에게 지게 되었습니다. '물총'을 사주고 말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