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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만남과 화해를 위하여
  글쓴이 : 이재봉     날짜 : 08-02-05 02:40     조회 : 4386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만남과 화해를 위하여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남쪽에서 많은 신도를 갖고 있는 기독교와 북쪽에서 국교나 다름없는 주체사상이 먼저 만나 화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은 기독교가 널리 퍼지지 않았던 1911년에 기독교 계통의 숭실학교에 진학하고, 외할아버지 강돈욱과 외삼촌 강진석은 장로였으며 어머니 강반석은 집사였듯이, 김일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해방 직후부터 기독교를 탄압하고, 1960년대엔 "지구상에서 미신과 종교가 없어진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했으며, 1980년대까지 종교를 "지배 계급이 인민을 억압 착취하는 도구로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면서도 1988년에는 봉수교회를 세웠고, 1989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종교학과를 개설했으며, 1992년에는 만경대 근처에 김일성이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다녔다는 칠골교회도 다시 지었다. 이와 관련하여 김일성은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일이 정 고달플 때면 어머니는 삼촌어머니와 함께 례배당으로 가군하였다.... 어른들이 례배당에 갈 때면 아이들도 따라가서 례배를 보군하였다. 신자의 대렬을 늘이려고 례배당측에서는 이따금씩 아이들에게 사탕도 주고 공책도 주었다. 아이들은 그것을 받아보는 멋에 일요일만 되면 패를 지어 송산으로 밀려가군 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호기심이 나서 동무들과 함께 가끔 송산으로 다니였다. 그러나 동심에 맞지 않는 엄숙한 종교의식과 목사의 단조로운 설교에 싫증을 느낀 다음부터는 례배당에 잘 다니지 않았다....

  사상으로 보면 아버지도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신학을 가르치던 숭실중학교 출신이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주위에는 교인들이 많았고 따라서 나도 교인들과의 접촉을 많이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성장 과정에 기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는가고 묻는데 나는 종교적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기독교신자들에게서 인간적으로 도움은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상적 영향도 주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평화롭고 화목하게 살기를 바라는 기독교정신과 인간의 자주적인 삶을 주장하는 나의 사상은 모순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가 례배당에 갈 때에만 송산으로 다니였다. 어머니는 례배당에 다니였지만 예수를 믿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어머니에게 슬그머니 물어보았다. "어머니, 어머니는 '하느님'이 정말 있어서 례배당에 다니시나요?" 어머니는 웃으면서 머리를 가로 흔들었다. "무엇이 있어서 다니는 건 아니다. 죽은 후에 '천당'가서는 뭘 하겠니. 사실은 너무 피곤해서 좀 쉬자고 간다."


  앞의 인용문에서 김일성이 기독교신자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아마 가장 대표적 인물이 손정도 목사일 것이다. 손정도는 정동교회 목사 출신으로 상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장을 맡기도 한 독립운동가인데, 그의 큰아들이 남한 해군을 창설하고 초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뒤 1950년대에 국방부장관을 했던 손원일이다. 손정도는 김일성의 아버지와 친분이 깊었던 숭실학교 동기로, 김일성이 감옥에 있을 때 7개월 동안 옥바라지를 하며 석방에 큰 힘을 쏟았고 그 뒤에도 꾸준히 그를 친자식처럼 보살폈다.

  따라서 김일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과 친아버지 같았던 손정도 목사 집안의 영향 때문에 기독교에 매우 긍정적이거나 호감을 지녔을 것 같은데, 기독교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고 회고록에서 직접 밝힌 것이다. 그가 혁명 때문에 어머니의 신앙심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면 어머니 역시 독실한 신자였다기보다는 집안일에서 잠시 벗어날 겸 교회에 나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독교정신과 주체사상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과 관련하여, 남쪽에서 많은 신도를 갖고 있는 기독교와 북쪽에서 국교나 다름없는 주체사상이 어떻게 화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해 볼만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하여 일부 신학자들이 나라 안팎에서 오래 전부터 연구를 해왔지만, 그들은 대부분 기독교와 주체사상에 공통점이 있어 대화가 통할 수 있고 둘이 함께 남북의 화합과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나는 기독교와 주체사상 사이에 대화와 공존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요소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둘 사이의 차이점이 너무 크고 근본적인 모순 같아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남한에서 북한에 대해 가장 큰 거부감이나 적대감을 표출해온 집단들 가운데 하나가 보수적 기독교 세력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둘 사이의 근본적 모순 세 가지를 아래에 제시하면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모색되기 바란다.

  첫째, 창조론과 진화론의 모순이다. 기독교 성경의 맨 처음에 나오는 '창세기'의 첫 장에 따르면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남한의 기독교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온 미국에서는 늦어도 2000년대 초부터 소수 근본주의자들의 움직임이라고 과소평가하기 어려울 만큼 각급 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진화론을 창조론으로 바꾸거나 적어도 창조론을 진화론과 같이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2005년 8월 초엔 부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생물계가 너무 복잡해서 자연적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없으며 어떤 초월자의 개입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는 내용의 '지적 설계론 (intelligent design)'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남한의 기독교계에서는 대체로 한민족이 단군의 자손이라는 것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에서는 이러한 창조론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인간이 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고등 동물은 하등 동물에서 진화했고 사람은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발표한 라마르크의 학설과, 이를 체계적으로 다듬고 과학적으로 입증한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사람은 분명히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하느님이나 어떤 초자연적인 힘은 현실적으로 없으며, 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느님이나 어떤 초월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주인은 사람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또한 북한 당국은 1993년 단군의 무덤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곳에서 뼈를 발굴하여 '전자상자성 공명장치'로 30번 측정해보고 다른 연구기관의 최신과학 분석기구로 24번 측정해본 결과 뼈의 연대가 5011년이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군이 약 5천년 전의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운명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주관한다는 기독교와 하느님이나 어떤 초월자의 운명도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주체사상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둘째, 유일신사상 및 유일사상 체계의 모순이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10가지 도리인 '십계명'의 으뜸은 유일신 신앙에 관한 지침이다. 하나님 이외의 다른 신은 섬기지 마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인류 해방의 과학적 학설"인 주체사상은 수령의 혁명사상으로 모든 로동당원이 "자기의 뼈와 살로" 만들고 "유일한 신념으로" 받들어야 하는 유일한 사상이다. 주체사상 이외의 사상은 따르지 마라는 것이다. 남쪽 기독교도들이 유일하게 믿어야 할 신앙과 북녘 로동당원들이 유일하게 따라야 할 신앙이 같은 것이 아닌데 이렇게 서로 배타적인 둘 사이에 조화롭고 평화로운 공존이 어떻게 가능할까?

  셋째, 우상 숭배에 관한 모순이다. 기독교에서 앞에 소개한 '십계명'의 두 번째 항목은 우상을 숭배하지 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한 기독교계에서 시대와 계파를 초월하여 상당한 존경을 받아온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가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거나 목숨까지 잃으면서 신사 참배를 거부했던 것은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상 숭배를 금하는 기독교 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아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이 그토록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주체사상이 로동당 규약이나 나라의 헌법보다 더 중시되는 북한에서는 우상 숭배가 적극 권장되고 있다. 북한 각지에 세워져 있는 김일성의 동상에 참배하는 것은 일종의 우상 숭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독교를 창시한 예수와 주체사상을 창시한 김일성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다 할지라도,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통해 하나님을 받드는 것이지만 주체사상에서는 김일성 자신을 신으로 받드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목숨까지 버리며 하나님 이외의 우상을 숭배하지 않으려는 기독교도들과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뛰어난 사상인 주체사상을 창시한 위대한 수령님"을 어떤 존재보다 더 높게 떠받들려고 하는 로동당원들 사이에 진정한 대화와 공존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에 덧붙여, 나는 기독교와 주체사상 둘 다 한편으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내세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을 매우 경시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기독교에서는 앞에 소개한 '십계명'의 여섯 번째 항목을 통해 살인하지 마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성경 가운데 신약의 맨 처음에 나오는 '마태복음' 5장엔 "오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으며, '누가복음' 6장 역시 이를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사람을 죽이지 말고 원수까지도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래 전 중세의 십자군 전쟁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기독교 국가들이 저지른 살인과 전쟁이 얼마나 많은가.

  실제로 기독교가 국교나 마찬가지인 미국에게 살인과 전쟁은 이미 국가 활동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20세기 내내 이 지구상에서 미국처럼 많은 전쟁을 치른 나라는 없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지금까지 거의 70번이나 다른 나라들을 폭격하거나 군사적으로 침략함으로써 무려 1200만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러한 폭력성이 "신으로부터 주어진 권리 (god-given right)"를 가졌다는 굳건한 신앙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살인하지 말고 원수도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도들이 이토록 많은 살인과 전쟁을 저지르는 것은 모든 사물이나 인물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별하려는 기독교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9.11을 구실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하면서 부쉬가 내세운 논리도 선과 악 사이의 전쟁이었다. 기독교에서는 설사 어떤 상대가 객관적으로 '악'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교화와 포옹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과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남한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평화 통일을 거부하고 북한 정권이나 체제를 무너뜨리고 남한 체제로의 흡수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기독교도들이 얼마나 많은가. 설사 북한이 '악'이라 할지라도 원수에게도 적대하지 마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찾기 어렵고, 형제마저 원수로 삼고 제거해야 한다는 선악의 논리에 따른 섬뜩한 폭력론이 설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체사상에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자주성과 창조성 그리고 의식성을 지닌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요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한다. 김정일은 주체사상에 관해 설명하면서 생명이 존엄성과 관련하여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은 생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생명 가운데서도 육체적 생명보다 사회정치적 생명이 더 귀중하며 개인의 생명보다 사회적 집단의 생명이 더 귀중합니다"고 했다.

  바로 여기서 역설적으로 주체사상의 반생명적이고 반평화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표어에서나 "정치적 생명을 위해서는 육체적 생명을 초개와 같이 바칠 줄 알아야 한다"는 주장에서 드러나듯, 개인의 생명보다 사회의 생명을 더 귀중하게 여김으로써, 개인의 생명은 상대적으로 경시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기 때문에, 사회가 제대로 유지되어야 자주성을 지닌 사람으로서의 생명이 보장될 수 있다. 따라서 수령과 당에 충성해야 된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반혁명분자가 되어 육체적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는 공산주의 폭력혁명론 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론과 관련이 있다. 주체사상과 공산주의 혁명에 동조하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인민민주주의를 실시하지만, 그에 동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반혁명분자들에게는 무자비하게 독재를 실시하며 사회에서 격리하고 제거해야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감옥의 기능이 이론과는 달리 교화보다는 처벌 쪽에 기울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이른바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게 바로 요즘 바깥 사회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독교에서 '악'한 사람이나 주체사상에서 '반혁명분자'는 교화와 포용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처벌과 제거의 대상으로, 각각 선악의 논리와 혁명론에 따라 이들에 대한 폭력의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함께 '주체 근본주의'도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2000년대 들어 이 세상에는 사형제도가 없는 나라가 70개가 넘고, 군대가 없는 나라가 거의 30개에 이른다는 사실도 고려하면서, 남한이나 북한이나 폭력을 멀리 하며 생명을 더욱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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