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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도미(渡美) 두 달만에 사귄 백인여성 |
글쓴이 :
날짜 : 10-04-20 10:05
조회 : 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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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유엔의 날'을 맞아 유엔본부로 견학을 갔습니다. 국제정치학 수업의 일환이었지요.
참고로,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유엔 데이'가 공휴일이었는데 1970년대 중반부터 쉬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게 1991년이었으니 우리가 유엔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유엔의 날'을 기념해 쉬다가 유엔 회원국이 된 뒤에는 쉬지 않고 있는 셈인데, 지난날 우리가 유엔을 이렇게 짝사랑했던 이유는 1950년대 한국전쟁에 유엔군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유엔본부를 견학을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한 백인 여성과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코가 크고 눈동자가 파란 젊은 여인이 혼자 햄버거를 먹고 있는 게 눈에 띄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해본 것이죠.
대학 다닐 때 문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에,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이라고 하자 대뜸 레이건 대통령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레이건의 부인 낸시 (Nancy Reagan)가 점성술 (astrology)을 꽤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녀가 한국에서도 점성술이 인기 있느냐고 묻기에, 한국에서는 사주 (四柱)를 많이 본다면서 제가 사주를 조금 볼 줄 안다고 사기를 쳤습니다. 그리고 당신 사주를 봐줄 테니 맞히는 것 같으면 당신이 아이스크림을 사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사겠노라고 수작을 걸었습니다. 주저 없이 응하더군요.
제 수작엔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주를 핑계로 처음 만나는 숙녀의 나이와 생일을 알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누가 사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데이트를 연장하는 것이었지요.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두 살이 아래고 키는 저와 비슷한 미모의 백인 여성으로부터 아이스크림을 얻어먹으며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얻어냈으니까요. 미국 땅을 밟은 지 두 달 남짓 지나 데이트 상대를 찾음으로써 가게와 학교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습니다.
* 이 글은 [이재봉의 평화세상] (blog.daum.net/pbpm21)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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