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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길거리에서의 포옹과 키스 |
글쓴이 :
날짜 : 10-03-15 14:27
조회 : 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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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들이 길거리에서 스스럼없이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모습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우리 사회에서도 제가 몸담고 있는 대학 캠퍼스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젊은 연인들이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만, 그 무렵엔 상상하기도 힘들었지요.
참고로, 제가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이던 1973-74년경부터 박정희 정권은 '경범죄 처벌법'을 만들어 남자들의 장발과 여자들의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처럼 들리리라 생각합니다만, 남자들의 머리가 귀를 덮거나 여자들의 스커트가 무릎에서 한 뼘 정도 올라가면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었죠. 요즘은 남자들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는 여성도 많고, 여자들처럼 길게 길러 땋는 남성도 적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1970년대 말인가 1980년대 초 어느 신문엔가 재미있는 기사 한 토막이 실렸던 게 기억납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서울의 한적한 공원 숲속에서 젊은 남녀 한 쌍이 키스를 하다 순찰을 돌던 경찰에게 걸렸답니다. 파출소로 데려가 이것저것 캐묻는데 그들은 둘 다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영어로만 얘기를 하더랍니다.
경찰은 그들이 분명히 한국인들인데 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흉내를 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갑자기 남자를 한 대 탁 쳤답니다. 즉각적인 반응은 "아 야!", 이에 경찰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계속 추궁한 끝에 한국인이라는 자백을 받아내고 처벌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젊은 남녀 한 쌍이 영어 공부는 좀 했지만 꿈까지 영어로 꿀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지요. 미국인들은 아프면 "아 야!" 하는 게 아니라 "아우취 (ouch!)" 하거든요. 외국인들은 경범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서 영어를 쓰며 외국인 흉내를 냈던 젊은이들이 미국의 언어와 문화를 어느 정도 알았던 경찰에게 딱 걸렸던 것이지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꼴이었지만, 공공장소에서 키스한다고 처벌하는 군사독재가 빚어낸 희극이랄까요.
이런 시절을 겪고 바로 미국에 들어갔는데, 가게 홀에서든 길거리에서든 대낮에 주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꼬옥 부둥켜안고 쪽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는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웠겠습니까?
* 이 글은 [이재봉의 평화세상] (blog.daum.net/pbpm21)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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