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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국인들의 욕 |
글쓴이 :
날짜 : 10-03-05 15:52
조회 :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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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마주치는 흑인들의 언행과 용모는 저에게 몹시 생소하기도 하고 무척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했듯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가게 구조 때문에 손님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물건을 팔 수 없으니 먼저 그들의 말에 익숙해져야 했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꼽고 싶은 점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손님들이든 점원들이든 남자든 여자든 특히 젊은이들은 'fuck'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대화를 주고받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거든요. '씹'이라는 말인데, 하기야 우리 사회에서도 이 욕을 쓰지 않고는 말을 잇기 어려운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점잖은 사람들은 이 비속어를 간접 화법으로도 발음하기를 꺼려서 'four-letter word'라고 하더군요. '4개의 철자 (f-u-c-k)로 이루어진 욕'이라는 뜻으로, 예를 들어 "그가 'fuck'이라고 욕을 했다"고 말하고 싶으면 "He used a 'four-letter word'"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지요. 저는 나중에 이를 흉내 내어 '씹'을 '쌍시옷 (ㅆ)으로 시작하는 욕'이라고 고상하게 고쳐 보았습니다.
참고로 1980년대 중반 에디 머피 (Edward Murphy)라는 흑인 영화배우가 경찰 역을 맡은 [Beverly Hills Cop]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데 그 영화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고 한 가지 의문이 생기더군요. 그의 대사 가운데 적어도 수십 번 나왔을 'fuck'이란 말을 자막에 어떻게 옮겼을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 욕의 사용 범위가 매우 넓더군요. 무슨 일이 잘못되거나 어긋나면 "fucked up (messed up)"이라고 하고, 바쁘면 "fucking busy (very busy)"라고 하는 식이지요. 하루는 손님들이 가게 홀에서 말다툼을 하면서 서로 "게라리어"라고 소리치기에 그게 무슨 말인가 점원에게 물어봤더니 "Get out of here"였습니다. "꺼져"라고 옮길 수 있는 말인데, 나중엔 이에 욕이 합쳐져 "You get the fuck out of here"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이렇게 'fuck'이 들어간 욕설 가운데는 우리의 용법과 기가 막히게 똑같은 게 있었습니다. "Fuck your mother"와 "mother-fucker"라는 욕이었습니다. "니(에)미 ㅆ"과 "지(에)미 ㅆ할 놈"이란 뜻이니 우리 욕과 어찌 그리 같을 수 있을까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에 따르면 아들이 엄마와 성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게 '본능'이라고 하니,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 본능을 응용해 가장 큰 욕을 만들어낸 셈이지요.
'fuck'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게 한 가지 더 있으니 이 욕을 상징하는 손가락 신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집게손가락 (검지)과 가운뎃손가락 (중지)을 구부리고 엄지손가락을 그 사이에 넣어 그럴싸하게 정교한 모양을 만들어내지만, 미국인들은 가운뎃손가락만 곧게 세워 올리는 싱거운 모양을 취하지요. 몇 년 전 미국 프로야구의 김병현 선수가 야유하는 관중에게 이런 손가락짓을 했다가 파문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편, 우리는 무엇을 가리킬 때 가운뎃손가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긴 손가락 (長指)을 지시용 막대기 (pointer)로 대용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미국인들은 어디를 가리킬 때 집게손가락을 사용합니다. 우리에게는 무엇을 집을 때 쓰는 '집게손가락'이 미국인들에게는 어디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index finger'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무엇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가운뎃손가락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욕의 상징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이재봉의 평화세상] (blog.daum.net/pbpm21)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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