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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에서 비폭력주의자로(24) |
글쓴이 :
날짜 : 09-11-06 15:19
조회 :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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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이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제가 항상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고백하더군요. 한편, 큰아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안타까웠던 반면, 작은아들은 다음날 숙제가 있는지 없는지 또는 시험을 보는지조차 모르고 결석을 자주 하면서도 성적이 잘 나오는 바람에 좀 얄미웠습니다.
이런 작은아들이 고2가 되어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없을 때 엄마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더랍니다. 제 딴엔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아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하소연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아빠가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이른바 1류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얘기도 털어놓으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이더랍니다.
“내가 공부를 안 하고 있을 때는 아빠가 은근히 째려보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농구를 하거나 놀다 집에 들어오면 아빠는 책을 보고 있으면서 잘 놀고 왔느냐고 말하면서도 쳐다보는 눈빛이나 얼굴 색깔이 달라지잖아요. 차라리 다른 아빠들처럼 공부 안 한다고 몇 대 때리면 좋겠는데 야단을 안치는 대신 말없이 압박하는 게 더 무섭고 더 스트레스 받아요.”
아내의 귀띔을 받고 두 아들에게 털어놨습니다. “아빠가 항상 강조하듯이, 난 너희들이 공부 잘하고 못 하고는 크게 따지지 않는다. 그건 능력이나 소질에 달린 문제니까. 그러나 열심히 하고 안 하고는 문제 삼고 싶다. 그건 의지나 생각에 달린 문제니까. 너희들은 공부를 너무 안 하는 것 같아 내 속이 조금 상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선을 다 해 좋은 대학에 가기 바란다. 그 대신 아빠가 돈이 없어 사립대학엔 못 보낸다. 설사 너희들이 하버드나 예일에 붙더라도 내 돈 주고는 보낼 수 없으니 공부를 뒤집어지게 잘 해서 장학금 받고 사립대 가든지 아니면 좋은 주립대에 들어가라.”
작은아들도 큰아들의 뒤를 따라 4년간 수업료 전액을 면제 받기로 하고 올해 8월 죠지아텍에 입학하기로 했습니다. 주립대 중에서는 가장 좋다는 버클리대학엔 떨어지고, 버클리대학보다 순위가 조금 앞서는 사립대학엔 붙었지만 아빠의 열악한 재정 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버클리대학보다 순위가 조금 뒤지는 주립대학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앞으로는 아이들이 공부 안 한다고 시선이나 낯빛으로 ‘무언의 폭력’을 가할 일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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