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반미주의에 관해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대목 가운데 하나는 그에 대한 개념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반미주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고통스러웠지요. 한국에서는 똑 같은 사건을 두고 한 쪽에서는 반미라고 주장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반미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반미주의’라는 말이 ‘반미사상’, ‘반미감정’, ‘반미운동’ 등과 뒤섞여 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 5월의 광주학살과 관련하여 70여명의 대학생들이 1985년 5월 미국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서울 미국문화원 도서관을 3일간 점거했는데, 당시 그 학생들은 “우리는 반미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그 후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그 사건을 1980년대 전반기 “반미운동의 절정”이었다고 평가하더군요. 그리고 ‘반미주의’와 ‘반미감정’이라는 말을 같이 쓰는 사람들도 있고,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미주의를 정의하기 위해 그 원어인 ‘anti-Americanism’이라는 말을 자세히 뜯어보았습니다. 이 단어는 ① anti (반), ② American (미), ③ ism (주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째, ‘anti’는 ‘반대적’이거나 ‘적대적’이라는 뜻으로 반미주의의 범위나 강도를 나타냅니다. 미국에 대한 반대나 적대에는 비판이나 항의에서부터 증오감의 표출이나 테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태도나 행위가 포함될 수 있지요. 여기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모두 반미주의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견과 미국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반미주의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게 됩니다. 문제는 미국에 대한 비판 (비미: 批美)과 미국에 대한 반대 (반미: 反美)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일반적으로 반미는 비미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American’은 미국의 어떠한 측면 또는 특성을 가리키므로 반미주의의 대상이나 목표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는 미국이라는 나라 또는 정부, 기관이나 정책, 사회나 사람, 문화나 전통, 가치나 상징, 권력이나 영향력 등이 포함될 수 있지요. 여기서는 미국의 특정 정책 등 어떠한 단편적인 것만 반대해도 반미주의로 볼 수 있다는 주장과 미국의 가치와 이념 등 모든 측면을 반대해야 반미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게 됩니다. 전자를 따른다면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반미주의를 찾기 쉬울 테고, 후자를 따른다면 지구 어디에서도 반미주의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느 사람이 미국 문화의 상징인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먹고 청바지를 즐겨 입으면서 성조기를 찢거나 미국 문화원에 화염병을 던진다면 그의 친미적 태도와 반미적 행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지 난처해지겠지요.
셋째, ‘ism’은 행위, 상태, 사건, 주의, 학설 등을 뜻하기에 이는 반미주의의 빈도나 지속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미국에 대한 일시적 비판이나 반대도 반미주의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견해와 미국에 대한 지속적 혹은 체계적인 비판이나 반대만 반미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한국의 한 학자는 반미주의를 “미국에 대한 체계적인 반대”로 한정하면서 1980년대에 전개되었던 한국에서의 상황은 반미주의가 아니라 반미감정이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반미주의의 개념과 관련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반대 (반미)’와 ‘미국에 대한 비판 (비미)’를 구별해 쓰기를 원하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반미주의’와 ‘반미감정’이라는 말을 구별해 쓰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반미’와 ‘비미’ 및 ‘반미주의’와 ‘반미감정’을 구별하지 않고, ‘반미’를 넓은 의미에서 “미국이라는 나라 또는 미국의 어떠한 측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나 행위를 취하는 것”으로 정의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문학예술 작품을 통해 1945년부터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왜 어떻게 표출되고 변화되어 왔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분석해보았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