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노래부르는 핏줄이 어려울 때 도와야"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북녘 수재민돕기 자선음악회' 가져
2007년 09월 20일 (목) 21:05:53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태풍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가을 밤, 서울에서 작지만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이른바 '탈북 피아니스트'인 김철웅 한세대 음대 교수가 '북녘 수재민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가진 것.
평양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한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2월에 남쪽에 왔다. 그는 평양국립교향악단 수석연주자 출신으로 차이코프스키 콩쿨 피아노 부문에서 4위에 입상한 바 있는 실력자다.
20일 저녁 7시, 13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메운 서울 밀알학교 세라믹홀 무대에 선 김 교수는 "처음에 북녘 수해돕기 위해 연주회를 가지자고 해서 조금 당황했다"며 말을 뗐다.
그는 자신이 편곡한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하고, "리차드 클레이더만 때문에 탈북했다고 할 정도로 내 운명을 바꾼 곡"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국에 와서 가슴 아픈 것이 너무 남의 것을 귀중히 하고 따르려고 하는 점"이라면서 "내가 살던 땅은 작은 애들도 민요를 부르며 뜀박질한다"며 자신이 편곡한 '아리랑'을 열정적으로 연주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북한도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피아노도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와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이 어려울 때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시인 도종환 씨와 가수 홍순관 씨도 출연했으며, 특히 김철웅 교수는 6개월 전에 남쪽에 온 평양음악대학교 후배 김지우 씨와 북한곡 '조선은 하나다'를 협주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남북평화재단의 최준수 사무총장은 "추석을 맞아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며 탈북한 이들이 나섰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우리 남한도 수재가 있지만, 도운다면 남과 북을 다 도와야 한다. 작은 정성이지만 아픔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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