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 통일 관심 잃은 원인은 통일비용론" 정세현 전 장관, 남북청소년문화원 창립식서 '통일비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 강조
2008년 10월 08일 (수) 02:39:14 고 성진 기자 kolong81@tongilnews.com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비용론'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통일에 대해 관심을 잃어버리게 만든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7일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 3층에서 남북평화재단 남북청소년문화원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이 매우 낮다는 점을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통계로 들고 이 원인을 '통일비용론'에서 찾았다.
정 전 장관은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이 사람들(청소년)이 왜 통일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가"라며 "초중고 학생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과연 그대로 방치를 해도 되는 것이냐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통일비용론'에 대해 그는 "맨 처음 계산한 것은 우리 학자들이 아니다. '친절하게도' 일본이다"면서 통일비용이 엄청나게 들 것이라는 것이 여과 없이 방송되면서 어른들이 돈이 저렇게 많이 든다면 통일 저거 우리가 감당 못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애들이(청소년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통일비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비용을 계산할 때 분단 비용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통일이 되면 분단비용이 투자비용에 대부분 전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된 이후에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위치가 현격하게 올라가고, 코스트(cost)는 많이 들어가지만 베네핏(benefit)이 더 크다"면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새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서 청소년 교류가 원활하지 않지만 국제정세가 다시 또 재정비되고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청소년 교류가 다시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청소년의 통일에 대한 인식 문제를 따지기 전에 통일 문제에 대해 제대로 교육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길은배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남북 청소년 교류를 위한 국가정책의 방향과 과제'라는 발제문에서 지금은 각각의 상충되는 다양한 목표들이 동시에 달성하도록 요구받는 '패러독스의 시대'이며 청소년들 또한 집단적 개인주의, 개방적 민족주의의 특징을 갖는 '패러독스 세대'라고 규정했다.
길 교수는 "이러한 패러독스 시대, 세대에서 이분법적인 이념 성향의 구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남북 청소년 교류에 대해서 "기성세대와 청소년층이라고 하는 세대구분보다 각 개인이 경험, 체험하는 일상생활을 축으로 그들의 이념적 성향을 설명해 가는 작업이 더 타당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 교류의 목적을 무조건 만나게 하자는 당위적 차원으로 이해할 경우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남한사회 적응과정에서 기존의 남한 청소년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경험하는 갈등의 모습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섣부른 만남, 특히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만남의 경험은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이에 따라 길 교수는 남북 청소년교류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따른 단계적, 우선순위별 아젠다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인터넷을 활용한 컴퓨터 통신 등 정보통신 교류의 활성화 및 지속성을 위해 남북교류협력관련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구체적인 방법으로 청소년 인터넷 방송제를 실시해 남북한 청소년이 공동으로 느끼는 일상적인 정서를 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9월 한국에 도착한 새터민인 이지민(가명) 씨는 1년 동안 한국사회의 정착과정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털어놔 방청객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그는 지난 2007년 3월 탈북하고 잠깐 동안 지낸 중국에서 '가을동화'라는 드라마를 접했는데, 당시 대사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며 낯설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평범한 한 여대생의 시선으로 얘기하는 복장, 취업, 문화 등에 대한 고민은 남이나 북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 붙는 옷', '머리 염색' 등 자유로운 남측의 문화에 대한 '환상'에 의해 남측 사회를 희망했지만, 1년이 지난 이 씨의 입에서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가나 똑같다"는 말이 나오자 좌중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는 "새터민 친구들이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것 바라지 않고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이사 온 사람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잘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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