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남북의 어린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기구인 ‘함께 나누는 세상’이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정식 출범했다. 상임대표를 맡은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66·사진)을 만났다.
그는 37년여를 강단에서 보낸 경제학자로 지난 2월 정년 퇴임했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37년 남짓을 거의 365일을 학교에서 살았다. 퇴임 뒤 ‘국민경제론’이라는 새로운 강좌를 개설했지만 학교 밖으로 나온 셈이다.
3월의 어느 날인가 총장시절 교목실장으로 그를 가까이 모시던 한인철 목사가 “이제 무슨 일 하실건가”라고 물었다. 그는 “북한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일이 전화 걸어 보수인사도 참여 이끌어
올안 1만명 회원 목표…“성과 낸뒤 방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인 한 목사는 대북지원단체인 남북평화재단의 김영주 상임이사와 상의했다. ‘함께 나누는 세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 목사는 정 전 총장이 상임대표를 맡은 것을 두고 “말로 했던 어려운 이웃을 섬기라는 가르침을 스스로의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를 돕는 일을 “하늘이 봤을 때 가장 기뻐할 일”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나누는 세상은 공식 출범에 앞서 정 전 총장이 중심이 돼 지난 7월 지역·종교·이념을 뛰어넘어 학계·종교계·문화계 체육계 등 원로급 인사들이 대표 발기인 모임을 열었다. 그 뒤 공동대표, 실행위원회 등을 꾸리고 규약 등 틀을 갖춰 이날 공식 출범한 것이다.
출범하기까지 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일일이 아는 이들에게 전화하고 작은 일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장학재단 일만 하겠다며 다른 일은 일절 안 하기로 다짐했던 신인령 전 이대 총장도 7월 대표 발기인 모임에서 정 전 총장의 전화를 받고는 안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총리 후보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고대, 서강대, 성공회대 등 다른 총장들도 그랬다. 94명의 대표발기인을 보면 여느 대북지원단체와 달리 보수적인 인사들도 많이 눈에 띈다.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했던 김영주 이사의 표현을 빌리면 ‘겸손의 리더십’이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다.
함께 나누는 세상은 이날 출범을 계기로 올해 안에 한달에 1만원씩 1만명이 참여하는 대중적인 조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7월 말 인천항을 통해 분유와 우유 한 컨테이너 분량을 북한에 보냈다.
북에는 언제쯤 갈 예정이냐고 묻자 그는 준비가 되고 성과가 있고 난 뒤에 천천히 가겠단다. 그는 남쪽 어린이들도 16명 중 1명이 결식 아동이라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중고등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대학생들이 도와주는 ‘멘토링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