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에 강냉이쌀(옥수수 알을 껍질째 빻아 가공한 쌀) 1㎏을 넣고 물 여섯 바가지를 부어요. 반나절 끓이면 쌀이 퍼지다 못해 미음처럼 되죠. 그걸로 여섯 식구가 두 끼로 나눠 먹습니다. 반찬은 가끔 감자나 먹을까."
황해도에 사는 40대 김정남씨(가명)는 평소 식단을 묻자 이같이 설명했다. "쌀이 없을 땐 옥시(옥수수) 국수를 물에 넣고 계속 끓여 죽처럼 퍼진 걸 먹는다. 반찬으로는 가끔 감자로 국을 끓이거나 볶아서 먹는다"고 덧붙였다. 간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간장이나 된장은 따로 없다. 소금으로 장을 쒀서 가끔 그것을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중국에서 만난 북 주민에게 가장 먼저 뭘 먹고 사는지 물었다. 생존권은 최우선적 인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로 강냉이밥 혹은 5 대 5 밥(강냉이쌀과 입쌀을 절반씩 섞은 밥·사진)을 주식으로 하루 두 끼를 먹는다고 답했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저녁을 일찍 먹은 후 배가 고플까봐 바로 잠자리에 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개 이상의 찬을 놓고 식사를 하는 가정이 드물었으며, 고기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2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출처 | 아시아 프레스
지난해 북한에 사는 딸을 만나고 온 50대의 함경도 여성 조복희씨(가명)는 30대의 딸이 "풀죽을 먹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풀죽은 "배추를 삶아 졸인 후 옥수수 가루 갠 것을 넣어 끓여 만든다"고 설명했다. "봄에는 산나물을 따다 먹고, 가끔 무 이파리 같은 것도 곁들여 먹는다"며 "나물은 고사리, 길짱구(질경이), 민들레 등 먹을 수 있는 풀은 다 갖다 먹는다"고 덧붙였다. 살림이 좀 나아진 후에는 "옥수수밥 밑에다가 시라지(시래기)를 개고 밥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소금에 배추를 절인 '하얀 김치'를 먹는다고도 했다.
조씨는 몇 년 전 군대에 갔다가 2년 만에 영양실조로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국수죽도 실컷 먹이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했다. "피골이 상접한 아들을 보고 바로 국수죽을 쒔다. 그것도 1주일분씩 분배를 해 나눠 먹도록 했다. 한꺼번에 몰아서 먹으면 내일, 모레 먹을 게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씨의 아들은 결국 집에 돌아온 지 10개월 만에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평안도 출신의 한 60대 여성은 주로 '묵국수'를 먹고 산다고 밝혔다. "국수를 오래 끓여 퍼진 국수죽에다가 된장을 넣는다. 아침엔 걸쭉하지만 점심에 퍼내면 묵이 된다"고 했다. 그는 '옥시 국수'도 먹는다고 했다. "옥수수를 꺾어 껍질을 제거한 후, 국수기계로 옥수수를 갈아 넣는다. 아까워서 눈이 붙은 껍질도 넣는다. 그것으로 죽을 쑨다"는 것이다. "식량을 아끼기 위해 노인들은 점심을 먹지 않는다. 물을 마신다"고 전했다.
전병역·손제민(정치부), 송윤경(사회부), 심혜리(국제부) 기자
< 옌지·단둥(중국) | 특별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