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에 북녘을 방문하는 전문 여행사가 탄생했다(이하 연합뉴스 2014.7.6. “북한 관광 떠나세요. LA에도 전문여행사 생겼다” 참조).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하나로 여행사(대표 이태영)는 최근 사이트(www.hanarotravel.org) 개설과 함께 9월부터 고객을 맞이하기 위한 여행 상품 개발 등 준비에 분주하다.
최근 들어 북녘을 방문하는 관광 관련 기사가 눈에 자주 띤다.(물론 이 관광은 우리에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지금까지 북녘을 방문하는 관광은 중국 베이징의 고려여행사, 미국 일리노이주의 아태여행사, 영국의 주체여행사 등을 통해 이뤄졌지만 이제는 그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사이트에 안내된 여행 상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일반적인 관광(Calendar tours), 테마 관광(Theme Tours), 이산가족 상봉(Family Reunions)이다.
일반적인 관광은 5박 6일 일정 두 가지, 7박 8일 일정 한가지로 소개된다. 현재 모집 중인 5박 6일 일정은 평양, 개성, 원산, 금강산 관광을 주로 한다. 첫날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도착해 양각도 호텔에 투숙하고 특별 환영 만찬을 즐긴다. 2일째에는 판문점을 방문하여 남북의 분단 현실을 체험한다. 개성에 들러 오찬을 하고 고려박물관, 고려 태조 왕건릉, 선죽교, 박연폭포 등을 둘러본다. 3일째에는 모란봉을 바라보며 대동강 선상에서 점심을 하고 원산으로 이동해 명사십리를 걷는다. 바닷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원산 새날호텔에 머문다. 4일째는 금강산 구룡폭포까지 등산을 한 후 금강산 온천장에서 휴식을 취한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평양으로 다시 이동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시내 관광을 한 뒤 특별 만찬에 참석한다. 이러한 일정에는 도우미 1명이 함께 하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자세한 일정이 안내되어 있지 않으나, 7박 8일 일정에는 5박 6일 방문 관광지에 남포,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보현사 등의 관광이 추가되어 있다. 또 다른 일정의 5박 6일 관광은 라진/선봉지구와 칠보산 관광을 중심으로 안내되어 있다.
테마관광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2015년 4월에 열리는 평양 국제마라톤 경기, 자연산 송이버섯 축제 참여를 위한 관광 프로그램이 있고, 골프, 온천, 등산 등 휴가 중심의 관광이 있으며, 공장 방문 등과 같은 비즈니스 투어도 있다. 특히 이색적인 것은 교회 및 사찰 등 종교 기관 방문 관광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산가족상봉이 소개되어 있는데, 사이트에서는 정확한 운영 방식을 알 수 없고, 다만 이산가족상봉을 주선할 수 있기에 자세한 내용은 여행사로 문의하기 바란다는 공지사항이 실려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북측의 관광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고, 현실은 어떠한지 얼마나 풍부한 논의를 해 보았는가? 폐쇄적 사회를 지향한다는, 북측을 바라보는 담론은 21세기가 되어서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북측은 우리의 바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변화를 추진해오고 있는 듯하다. 앞에서 소개한 관광 사업을 보아도 이들의 변화는 제법 크게 느껴진다. 북녘 관광이 하나로 여행사에서 소개한대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과거에 북측에게 요구했던 개혁ㆍ개방 정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반 외국인도 아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는 미국인에게 자신들의 사회를 개방하고, 관광 사업의 파트너로서 그들을 대하고 있다면, 그것이 남측에서 주장한 개혁ㆍ개방의 형태이든, 북측에서 주장한 ‘북조선식 사회주의’ 형태이든 중요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북측의 관광 사업은 그다지 큰 사건은 아니다. 이미 남북 관계 속에서 이 흐름은 이어오고 있었다. 1998년 첫 발을 내딛은 금강산 관광, 2005년에 시행했던 아리랑 공연 관람을 위한 평양 관광, 개성공단과는 별개로 이루어졌던 개성 관광 등 이미 개방적인 관광 사업은 통일의 파트너인 남측과 함께 시행되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금강산 피격 사건, 남북의 정치적 갈등 상황 도래 등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긴 채 중단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남북 당국 간의 대화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다 보니, 관광 사업의 진척도 요원해진 것만 같다. 결국 양측은 서로가 아닌 다른 국가가 대화의 파트너로 더 중요하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평양, 금강산, 개성, 백두산 등의 북측 관광지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정부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예민한 문제들을 비교적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북측의 관광 사업의 활성화는 자연스레 남측 사업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며 과거에 남북 국민들이 어렵지 않게 금강산에서 만났던 것처럼, 여러 장소에서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북녘 방문은 우리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트에 실려 있는 하나로 여행사의 소개 글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북녘 땅(North Korea)의 순수한 관광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남북의 국민들도 순수한 관광을 위해 만나게 될 때, 서로의 선입견은 사라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한 만남이 오히려 통일의 첫 발걸음이 되지는 않을까?
(참고자료 : 연합뉴스 2014.7.6. “북한 관광 떠나세요. LA에도 전문여행사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