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최고의 위기상황의 직면과
그 대응방식을 우려한다.
11월 23일 TV에 비쳐진 서해 연평도의 검은 연기는 지금 우리가 어느 현실에서 살고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젊은이들의 죽음과 무고하게 피해 입는 민간인들이다. 이들을 상실한 가족들의 슬픔과 상처는 제 3자의 위로로 치유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지만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력충돌로 인한 이번 사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하며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와 다친 이들의 쾌유를 진심으로 빈다.
또한 사전의 증후와 예측이 있었음에도 이를 등한시 하는 현재의 무감각하고도 대결적인 정신 풍토에 대해서도 개탄해마지 않는다.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정치권의 강력한 무력보복 운운과, 주요 언론의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 등 기사제목 그 이면에 있는 증오에 대한 자극은 사태를 해결보다는 더욱 위험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의 사태초기 확전방지에서 몇 배의 응징과 보복을 말한 것은 매우 위험하고도 전혀 실효성을 가져오지 못하는 조치이다.
이로 인해 이제는 어떤 작은 불씨도 산 전체를 태울 수 있는 시계제로의 상황이 되었다. 한 손에 의해서는 언제나 소리를 낼 수 없고 언제나 다른 손이 함께 대응해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지난 3월의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합동군사훈련과 이번의 이른바 ‘호국훈련’은 그런 비극적 참상을 가져온 씨앗이 되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북에서 사전에 상시적으로 경고의 신호를 보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분단이후 지난 60년의 경험을 보건대 위협과 무력으로는 어느 쪽도 승리나 패배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사실은 명백한 역사의 교훈이다. 대화와 출구 없는 계속적인 압박은 결국 상대를 극단으로 몰고 가게 하고 이는 또한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안전을 침해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분노와 증오로 해결될 수 없는 창조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북안보정책 입안자들과 국민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태도로써 남북문제에 접근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첫째, 무력보복은 어느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쌍방 패배의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핵무기시대에 있어서 승자는 아무도 없고 오직 공멸뿐이다. 정부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실용주의에 충실하여 이념적 명분보다는 쌍방이 승/승하는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세계 10대 군사강대국 중 한•중•일•러•미의 5개국이 모여 있는 한반도는 중동에 이어 세계의 또 다른 화약고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현재 점증하고 있는 군사력 강화의 패권주의를 전환시킬 획기적인 긴장해소방안을 남측에서 먼저 제안하고 위기를 해소하려는 진정성을 북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라.
셋째, 북방 한계선 NLL 을 중심으로 한 무력분쟁의 가장 가능성이 있는 서해안 지역을 과감히 평화지대화 하고 군사력의 대치를 줄여 공동협력의 구역으로 설정하라.
넷째, 일상적인 상거래도 상대의 이해관계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강요는 통하지 않는다. 대화와 협력은 결국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협약들에 기초하여 그 물꼬를 터야 한다.
다섯째, 남북 갈등상황, 즉 군사적 대치상태로 인해 국민이 지출하는 정신적, 경제적 손해는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통일부와 외교부 라인에 갈등해결과 분쟁조정 전문가 육성과 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2010년 11월 24일
통일을준비하는사람들 상임대표 최 명 수
남북평화연구소 소장 박 성 용